인류의 역사의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함께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00년간 클래식 작곡가들은 늘 우리 곁에서, 중요한 사건들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거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지표가 되거나, 혹은 훗날 그 자체로 역사적 이정표가 된 위대한 작품들을 남겨 왔죠.
이 플레이리스트에는 인기 팟캐스트 'The Rest is History'의 진행자인 도미닉 샌드브룩(Dominic Sandbrook)과 톰 홀랜드(Tom Holland)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의 선곡은 놀라운 서라운드 사운드를 들려주는 튜더 시대 토마스 탈리스(Thomas Tallis)의 40성부 모테트 '주님밖에 희망이 없네(Spem in alium)'에서 시작해, 모차르트(Mozart)의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작품으로 꼽히는 '레퀴엠(Requiem)',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지형을 영원히 바꿔놓은 바그너(Wagner)의 매혹적인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세계까지 이어집니다. 아래에서 각 작품에 대한 짧은 가이드와 함께, 샌드브룩과 홀랜드의 개인적인 견해까지 만나보세요.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 (수수께끼 변주곡) - 엘가
1899년 작품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은 작곡가 엘가(Elgar)가 친구와 가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장난기 넘치게 그려낸 음악적 초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곡 '님로드(Nimrod)'는 엘가의 절친이자 출판인이었던 아우구스트 예거(August Jaeger)를 가리키는 제목입니다. 예거는 엘가가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그를 지지해 주었고, 이 변주곡은 그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는 증거죠. "신비롭고 우울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독특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곡이죠. 영화 '덩케르크'에 사용되면서 영국적 정체성과 동의어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도미닉 샌드브룩은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엔 부족하죠. 정말 탁월한 작품이거든요."
*역사 속 그 해: 조지프 콘래드가 식민주의의 도덕성을 포함한 여러 주제를 탐구한 심리적 중편소설 '암흑의 핵심'을 1899년에 완성합니다.
피아노 협주곡 2번 -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는 우울증과 창작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상담 치료 후, 1901년에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을 완성했습니다. 러시아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작품은 빠르게 세계적 명성을 얻었죠. 오늘날 이 곡은 그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영화 '밀회'에서 이 곡을 처음 접했어요." 도미닉 샌드브룩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 곡은 비극적으로 끝날 사랑 이야기와 늘 연결되어 있죠. 하지만 유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어떤 음악보다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조율되어 있고, 갈망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역사 속 그 해: 1901년 1월, 빅토리아 여왕이 서거합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70년)에 이어 영국 역사에서 두 번째로 긴 재위 기간(63년)을 기록한 군주입니다.
주님밖에 희망이 없네 - 토마스 탈리스
탈리스는 약 1570년경 이 40성부 모테트를 작곡했습니다. 작곡의 배경과 초연에 관한 세부 사항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놀라운 음악이 당시 회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분명합니다. 톰 홀랜드는 이 작품에 대해 "천사들이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합니다.
*역사 속 그 해: 초대 모레이 백작이었던 제임스 스튜어트 경이 암살됩니다. 그는 당시 3세였던 제임스 6세를 대신해 스코틀랜드 섭정을 맡고 있었죠.
피가로의 결혼, 4막 14장 -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단 5분 동안 등장인물과 청중을 혼란에서 화해와 행복한 결말로 이끌며, 경쾌한 희극부터 황홀한 아름다움까지 폭넓은 음악을 펼쳐 보입니다. 1786년에 작곡된 '피가로의 결혼(The Marriage of Figaro)'은 주인을 골탕 먹이려 음모를 꾸미는 두 하인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장면의 모차르트는 그야말로 장난꾸러기죠." 홀랜드는 말합니다. "음악이 혼돈을 유쾌한 코미디로 바꿔 놓습니다."
*역사 속 그 해: 1786년 8월, 등반가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와 자크 발마가 최초로 몽블랑 정상에 오릅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사랑의 죽음 - 바그너
1865년 초연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는 모호한 화성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악적 흐름으로 오페라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약 다섯 시간 동안 바그너는 욕망, 사랑, 죽음이라는 주제를 파고들며, 결국 트리스탄의 시신 위에서 이졸데가 노래하는 황홀한 '사랑의 죽음(Liebestod)'을 펼쳐 보입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은 "삶을 초월하여 타오르는 사랑"이며, "그 음악은 격정적인 고저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고 톰 홀랜드는 말합니다.
*역사 속 그 해: 노예제와 강제 노역을 폐지하는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가 1864년 4월 상원을 통과하고 곧 비준됩니다.
교향곡 5번 - 말러
20세기 첫 10년 동안,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가 살던 빈은 예술과 과학이 활발하게 뒤섞인 풍요로운 문화적 공간이었습니다. 말러 자신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환자 였죠. 1902년에 완성된 '교향곡 5번(Symphony No. 5 )'은 샌드브룩이 "암흑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광대한 여정, 때로는 친밀하고 때로는 압도적인 음악"이라고 묘사한 작품으로, 말러의 내적 갈등뿐 아니라 유명한 '아다지에토(Adagietto)'에 담긴 젊은 아내 알마를 향한 깊은 사랑도 반영합니다.
*역사 속 그 해: 미국의 점령이 4년간 이어진 뒤, 쿠바는 1902년 5월 독립을 쟁취합니다.
봄의 제전 - 스트라빈스키
이 작품은 역사 그 자체입니다. 이 발레는 전설적인 발레 뤼스 무용단이 1913년 파리에서 초연했는데, 혁신적인 춤 스타일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관객의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강렬한 힘을 지닌 것은 톰 홀랜드가 "거칠고 충격적인 음악"이라 부르는 스트라빈스키(Stravinsky)의 작곡 기법입니다. 이 작품에서 스트라빈스키는 "리듬과 음색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고 그는 설명하죠.
*역사 속 그 해: 1913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섭씨 56.7도(화씨 134도)로 지구상 최고 관측 기온을 기록합니다.
레퀴엠 - 모차르트
"저에게 이 작품은 모차르트 천재성의 정점입니다." 도미닉 샌드브룩은 전합니다. "볼륨을 11까지 올리고 싶게 만드는 클래식 블록버스터 같은 곡이죠." 모차르트는 생애 마지막 해인 1791년에 레퀴엠 작업을 시작했지만, 죽기 전까지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대부분의 연주 버전은 프란츠 크사버 쥐스마이어(Franz Xaver Süssmayr)의 보완본이죠. 이 작품은 견디기 힘들 만큼 강렬한 정서를 담고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낭만주의 시대를 예고합니다.
*역사 속 그 해: 1791년 12월 26일, 최초의 기계식 컴퓨터를 발명한 영국 수학자이자 철학자 찰스 배비지가 태어납니다.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 헨델
런던에서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헨델(Handel)의 오페라는, 1738년 영국이 '젠킨스의 귀' 사건으로 스페인과의 전쟁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상당히 가벼운 오락물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실패작 중 하나인 오페라 '세르세(Serse)'의 이 아리아는 이후 고귀한 선율 덕분에 독자적 생명을 얻었습니다. 톰 홀랜드는 이 곡에 대해 "작고 완벽한 아리아이며, 부드럽고 잊히지 않는 음악으로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라고 말합니다.
*역사 속 그 해: 1738년 10월, 스페인의 카를로스 3세는 서기 79년 화산 폭발로 매몰된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의 발굴을 명령합니다.
라데츠키 행진곡 - 요한 슈트라우스 1세
전설적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Johann Strauss I)는 유럽 혁명 기간인 1848년에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ch)'으로 음악사에서 자신의 위상을 확고히 했습니다. 화려하고 당당한 이 행진곡은 지금도 빈 신년 음악회에서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샌드브룩은 전합니다. "왜 빈 관객들이 이 곡에 맞춰 박수를 치는지 바로 알 수 있죠. 활력 넘치고 생기 가득한,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역사 속 그 해: 1848년 11월, 재커리 테일러 장군이 미국 제12대 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