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소나무는 독특합니다. 한국의 소나무와 달리 높이 솟은 줄기 끝에 우산처럼 활짝 펼쳐진 잎을 보고 있노라면, Ottorino Respighi가 특별히 이곳의 소나무를 주제로 음악을 만든 이유가 짐작이 가죠. Respighi는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의 교수로 부임하며 로마로 이주한 1913년 이후,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습니다. 그는 로마를 향한 애정을 담은 3개의 교향시, 'Fontane di Roma(로마의 분수)', 'Pini di Roma(로마의 소나무)', 'Feste Romane(로마의 축제)'를 작곡했으며, 이 셋을 묶어 흔히 '로마 3부작'이라 부릅니다. 교향시는 말 그대로 시처럼 단발적이고 묘사적인 오케스트라 작품을 일컫습니다. 생생한 작법 덕에 '로마의 소나무'를 들으면 Respighi가 담아낸 네 가지 풍경을 상상하게 됩니다. 1부 'I pini di Villa Borghese(보르게세 별장의 소나무)'는 커다란 숲속 별장의 활기를 전합니다. 새처럼 지저귀는 관악기 사이로 트럼펫이 기개를 드높이죠. 2부 'Pini presso una catacomba(카타콤바 부근의 소나무)'는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이 숨어 살던 지하 예배당을 그립니다. 동굴에 울려 퍼지는 선율은 이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3부 'I pini del Gianicolo(자니콜로의 소나무)'는 로마가 내려다보이는 자니콜로 언덕의 평화로운 풍경을 포착합니다. 곡이 끝날 무렵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겹치는데, 정말 소나무 아래 서 있는 느낌이 들죠. Respighi는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실제로 녹음한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4부 'I pini della Via Appia(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는 우리를 로마 제국의 유명한 군사 도로 아피아로 데려갑니다. 규칙적인 타악기로 표현한 병사들의 발걸음 뒤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