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3번 라단조
피아니스트 David Helfgott의 실화를 다룬 영화 '샤인'을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주인공이 Sergei Rachmaninoff의 'Piano Concerto No. 3(피아노 협주곡 3번)'를 연주하다 혼절하는 장면이죠. 영화에서는 이 작품을 미치지 않고서야 연주할 수 없는 곡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작품이죠. '피아노 협주곡 3번'은 Rachmaninoff가 자신의 미국 데뷔 무대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그는 이 작품이 미국 음악계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악명 높은 난도의 테크닉, 깊은 예술적 감수성, 음악적 통찰력 등 연주자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야만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했죠. 이 곡은 Rachmaninoff의 평생 친구이자 동료로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피아니스트 Josef Hofmann에게 헌정되었는데, 정작 그는 이 곡을 자주 연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무려 13도의 음을 한 손으로 연주할 정도로 손이 컸던 Rachmaninoff가 자신에게 맞춰 만든 곡이었기 때문이죠. 1909년, New York Symphony Orchestra와 Rachmaninoff의 초연 이후 차츰 명성을 쌓은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 Vladimir Horowitz의 명연으로 마침내 꽃을 피우게 됩니다. 이 작품에는 낭만주의 러시아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역량이 잘 드러납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구성된 세 개의 악장은 라단조의 장엄한 주제와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죠. 빠르고 다이내믹한 움직임 속 정교한 테크닉, 거친 듯하면서 진하게 우러나는 서정성이 뒤엉켜 가슴을 울리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