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계에는 기존 조성 체계를 벗어난 전위적인 음악이 유행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작곡가 발렌틴 실베스트로프(Valentin Silvestrov)는 부드러운 멜로디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확립했습니다. 그의 작품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마치 이전 시대의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아름다운 피아노 소품에는 슈만(Schumann), 브람스(Brahms), 쇼팽(Chopin) 등 낭만파 작곡가의 감성이 담겨있죠.
현대 음악에 애정이 깊은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루비모프(Alexei Lubimov)가 실베스트로프의 작품을 모아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루비모프는 미묘한 다이내믹을 통해 실베스트로프의 음악이 더욱 풍성하게 들리도록 합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우크라이나 소프라노 빅토리아 비트렌코(Viktoriia Vitrenko)와 함께한 'Stufen'입니다. 11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비트렌코의 청아한 목소리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피아노 음색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