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 하면 흔히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바로크 시대에 비르투오소로 주목받은 인물이 있었죠. 바로 피에트로 로카텔리(Pietro Antonio Locatelli)입니다. 로카텔리는 유럽 전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으며, 작곡가로도 활동했습니다. 그가 쓴 작품은 많지 않지만, 모두 훌륭한 예술성을 드러냅니다. 기교가 뛰어났던 로카텔리는 고난도의 바이올린 기법을 녹인 작품을 쓰고 직접 연주하곤 했죠.
이 앨범에서 파비오 비온디(Fabio Biondi)가 이끄는 유로파 갈란테(Europa Galante)는 로카텔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집중 조명합니다. 그 중심에는 '6개의 극장용 서곡(6 Introduttioni teatrali)'이 자리하죠. 이 작품은 협주곡, 오페라 서곡, 초기 교향곡의 성격을 두루 품고 있습니다. 이는 18세기 중반, 다양한 양식이 교차하던 유럽 음악계의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로카텔리의 독창적인 음악 어법은 비온디의 시적 감성과 만나 더욱 생동감 있게 펼쳐집니다.
로카텔리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비온디의 학구적 면모가 두드러집니다. 이 곡을 연주할 때 그는 스웨덴에서 발견된 필사본을 참고했습니다. 이 악보엔 18세기 스웨덴 작곡가 요한 헬미히 로만(Johan Helmich Roman)의 자필 메모가 남겨져 있었죠. 비온디는 이 귀중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해석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잊힌 바로크 음악을 발굴하고 되살리는 데 오랜 시간 헌신해 온 비온디의 신념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