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년 초연된 베토벤의 유일무이한 바이올린 협주곡. 그가 세상에 내놓은 다른 수많은 작품이 그러하였듯 이 또한 음악 형식의 규모와 그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놓았다. 1악장만 하여도 약 25분에 달하는 길이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몇 악장을 연주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길이가 변화의 전부는 아니니, 이 작품엔 교향곡적인 야망이 서려 있으며 곡의 전반적인 메시지 또한 한층 무게 있다. 어쩌면 이를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첫 번째 걸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981년 발표된 이츠하크 펄먼과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음반을 통해 그 위대한 면모를 가슴 깊이 경험할 수 있다. 펄먼은 특유의 스타일과 멋을 간직한 채로 경이로운 표현력과 함께 극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줄리니가 최고의 파트너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그야말로 불멸의 명연주라 할 최고의 해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