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제목처럼, 이 곡에서 두 악기는 서로를 비춥니다. 한 악기가 서서히 올라가는 선율을 연주하면 다른 악기의 선율은 하행하죠. Arvo Pärt는 이 간단한 규칙을 곡 전체에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끝없이 연결되는 음표들은 마치 거울 속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1978년 Pärt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이 곡을 썼지만, 이후 비올라, 클라리넷, 호른,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위한 버전을 남겼습니다. 어떤 악기로 연주하든 이 작품은 연주자에게 강한 지구력을 요구합니다. 떨어져 있는 음표를 일정한 셈여림과 속도로 표현하고, 선율을 흔들림 없는 톤으로 유지해야 하는 이 곡은 연주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Pärt는 음악의 순수성과 투명함을 중시했는데, 이 곡을 연주할 음악가를 위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작곡가가 자신의 자아를 내려놔야 하는 것처럼, 이 곡을 연주할 때는 연주자도 자아를 제쳐두어야 합니다." 10여 분 길이의 이 작품은 우리를 평안의 세계로 데려갑니다. 단순한 구조와 리듬이 빚어내는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 덕분입니다. Pärt는 이러한 음악 어법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틴티나불리 양식으로 확립했습니다. 여기에는 오랜 세월 그가 연구한 르네상스와 중세 음악, 종교 음악의 신비가 녹아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