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사육제

R. 125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공연에 자주 오르는 작품이 있습니다. 작곡가 Saint-Saëns가 1886년에 발표한 'Le Carnaval des Animaux(동물의 사육제)'입니다. '오르간'이란 별칭이 붙은 'Symphony No. 3(교향곡 3번)'도 이 작품과 같은 해에 나왔습니다. 아기자기한 '동물의 사육제'와 웅장한 '오르간 교향곡', 이 두 작품은 같은 시기에 작곡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진지한 작곡가로 기억되길 바랐던 Saint-Saëns는 동물을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이 너무 가볍게 인식되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총 14악장 중에서 13악장 '백조'만 출판했습니다. 우아한 첼로로 연주되는 '백조'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발표되자마자 호평받았고, 오늘날까지 유명합니다. '동물의 사육제' 전곡은 1922년, Saint-Saëns 사망 이듬해에야 출판됐습니다. '동물의 사육제'는 여러 동물을 풍자적으로 묘사합니다. 1악장은 셋잇단음표를 사용해 정글의 왕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표현했습니다. 다른 작곡가들의 선율을 재밌게 인용한 점도 눈에 띕니다. 4악장은 Offenbach 'Orphée aux Enfers(지옥의 오르페)'의 캉캉을 느리게 연주해 거북이의 굼뜬 움직임을, 5악장은 Berlioz 'La Damnation de Faust(파우스트의 천벌)'의 선율을 활용해 거대한 코끼리를 묘사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악기로 닭과 당나귀, 캥거루 등 각종 동물을 실감 나게 재현했죠. 살아생전 Saint-Saëns의 걱정과 달리 이 작품은 그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히며 오늘날 클래식 입문곡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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