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한 남자가 음침하고 창백한 겨울 풍경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은 그는 목적지도 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죠. 시린 들판을 걷는 그의 마음은 고통과 고독으로 가득합니다. 어느새 죽음에 대한 상념도 스치지만, 이따금 의지와 희망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Schubert의 'Die Winterreise(겨울 나그네)'는 이 복잡한 감정 변화를 그리는 노래입니다. Schubert는 삶을 마감하기 한 해 전인 1827년 이 작품을 썼습니다. 당시 서른 살이었던 그는 가난과 병에 시달리며 고독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죠. 그런 그에게 빌헬름 뮐러의 시는 창작의 열의를 북돋웠습니다. 사실 이 시는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금지한 잡지에 실려 있던 탓에 읽기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었지만, Schubert는 여기에 음을 붙여 '겨울 나그네'를 완성했습니다. 24개의 노래가 이어지는 이 연가곡은 사랑했던 연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Gute Nacht(잘 자요)'로 시작됩니다. 사랑의 말을 새겼던 시간을 회상하는 'Der Lindenbaum(보리수)', 연인의 편지가 올까 기대를 품는 'Die Post(우편 마차)', 음울한 운명을 깨닫는 'Die Krähe(까마귀)', 그리고 살아갈 기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드러내는 'Mut(용기)' 등으로 이어지죠. 마지막 곡 'Der Leiermann(거리의 악사)'에서 화자는 나이 많은 떠돌이 악사에게 "나와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이어지는 여정에서는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상상하게 하는 엔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