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의 전주곡
주로 모음곡의 첫머리에서 도입부 역할로 쓰였던 전주곡은 19세기에 이르러 독립적인 악곡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특히 Chopin과 Liszt, Scriabin, Debussy의 역할이 컸죠. 이들이 선보인 작품을 통해 전주곡은 더 이상 도입부의 의미가 아닌, 독립된 악곡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Chopin의 '24 Préludes(24개의 전주곡)'는 1838년과 1839년 사이의 겨울에 완성되었습니다. 당시 심한 폐결핵을 앓았던 Chopin은 파리의 추운 겨울을 피해 연인과 함께 스페인 마요르카섬에 머물고 있었죠. 그러나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리란 기대와 달리 이 여행은 우울한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좋지 않은 날씨와 계속된 건강 악화, 경제적 불안 등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 그는 작품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당시의 암울한 상황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Chopin은 마지막 곡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라단조로 마무리합니다. 이 전주곡이 24곡으로 구성된 이유는 장조와 단조를 모두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24개의 곡이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고 있지만,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인 구성으로 작곡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것 하나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 곡만 따로 떼어 연주해도 어색하지 않죠. 왈츠풍의 7번이나 10번이 전체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발휘하는 작품이라면, 13번이나 15번은 보다 독립적 성격을 띱니다. 풍부한 정서를 담아 느리게 진행되는 4번과 6번, 20번 역시 종종 따로 연주되곤 합니다. 물론 전곡으로 들으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죠. '24개의 전주곡'과 함께 Chopin이 짜놓은 정교하고도 감각적인 여정을 따라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