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코

'Nabucco(나부코)'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중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한 유일한 작품입니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바빌로니아 왕 나부코의 예루살렘 함락 작전이 주요 소재입니다. 나부코의 두 딸과 이스라엘 왕자 이스마엘 간의 사랑과 권력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갈등을 다루는데, 베르디는 특히 통치자의 폭정에 피해를 보는 예루살렘 백성들의 고통에 주목했습니다. 오페라 '나부코'는 베르디의 재기에 발판이 되어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전작이었던 오페라 'Un Giorno di Regno(하루만의 임금님)'가 흥행에 실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두 딸이 세상을 떠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 '나부코' 대본은 그의 창작열을 불태우는 연료가 됐습니다. 1842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된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어진 시즌에서 무려 57회나 공연됐고, 베르디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죠. 이 작품의 성공은 베르디의 혁신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합창의 비중을 높여 장대한 그랜드 오페라 형식을 실험했습니다. 특히, 3막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노래 'Va, Pensiero, Sull'ali Dorate(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는 감동적인 오페라 합창곡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주역에 테너가 아닌 바리톤을 배정해 극적인 힘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오페라 스타일을 확립한 베르디는 '나부코'를 가리켜 "본격적으로 나의 예술가 인생이 시작된 오페라"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