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와 에네아스
Henry Purcell은 오페라사에 영국 최초의 오페라를 만든 작곡가로 기록됩니다. 그 시발점이 된 작품이 1689년 초연된 'Dido and Aeneas(디도와 아이네이아스)'입니다.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길이의 작품이지만 비극을 다룬 오페라 걸작으로 일컬어지죠. 대본은 영어로 쓰였으며, 카르타고 여왕 디도와 트로이 왕자 아이네이아스의 불운한 사랑을 그린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아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Purcell은 '디도와 아이네이아스'에서 대사를 음악이 있는 레치타티보로 표현하는 등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영국으로 가져왔습니다. 극 내내 음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사의 비중이 높은 그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오페라 형식에 더욱 가깝습니다. 전체 3막인 이 작품은 4성부 현악 오케스트라와 콘티누오, 4성부 합창과 10명의 독창자로 구성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디도가 부르는 아리아 'When I Am Laid In Earth(내가 대지에 묻혔을 때)'는 바로크 애가의 전형으로, 하행하는 선율을 반복해 홀로 남겨진 슬픔을 애절하게 그려냅니다. 원본 악보는 소실됐지만 남아있는 부분을 보면 Purcell이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의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이와 구분되는 영국 오페라의 독창성을 이룩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시 영국 무대에서 선호하던 짧은 악장을 썼고, 연기와 춤, 음악의 균형을 잘 잡아냈습니다. 초연 이후 한동안 잊혔던 이 작품은 1700년 셰익스피어의 연극 '자에는 자로'에 삽입되면서 다시 빛을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