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의 여왕
어느 여름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정략결혼을 피해 아테네 인근 숲으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여인의 정혼자, 그리고 그 정혼자를 남몰래 짝사랑하던 또 다른 여인이 그들의 뒤를 쫓습니다. 이 복잡한 사각 관계를 지켜보던 숲속의 요정 왕이 엇갈린 관계를 풀어주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이용하지만 어쩐지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갑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이 희곡을 각색한 Henry Purcell의 'The Fairy Queen(요정 여왕)'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1692년 런던에서 처음 공연되어 큰 성공을 거뒀던 이 대작은 세미오페라로 구성됐습니다. 세미오페라는 일부는 연극, 일부는 오페라의 형식을 띤 가극입니다. 주연 캐릭터는 배우가 정식으로 연기하고, 음악과 춤은 따로 장면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위해 무명의 대본 작가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해 음악과 춤을 위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자연스레 음악에는 더 높은 자유도가 주어졌고, Purcell은 요정과 인간이 함께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아름답게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요정 여왕'은 극단 1년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돈을 들여 화려하게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대형 프로덕션이었던 만큼 꾸준히 상연되진 않았고, Purcell의 사망과 함께 이 작품도 한동안 세상에서 잊혔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요정 여왕'의 악보가 재발견되며 마침내 Purcell의 주요작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