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가의 기법

BWV1080

Bach는 평생에 걸쳐 대위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주제 선율을 한 성부가 도맡아 연주하지 않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연주하는 대위법은 곡의 어느 부분을 들어도 균형과 조화가 느껴지는 민주적인 기법입니다. Bach 대위법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작품이 바로 'The Art of Fugue(푸가의 기법)'입니다. 그가 정확히 언제 이 작품을 작곡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완성이기에 마지막 작품으로 여길 뿐입니다. 14개의 푸가와 4개의 카논으로 구성된 '푸가의 기법'에서 14번 푸가는 쓰다 만 것처럼 애매하게 끝납니다. 뚝 끊긴 악보 말고도 '푸가의 기법'은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원본 악보엔 어떤 악기로 연주할지에 대한 표시가 없고, 템포와 셈여림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작품의 음역은 분명 건반을 위한 것인데, 악보는 마치 실내악이나 합창 악보처럼 한 성부에 한 줄씩 표기돼 있습니다. 어쩌면 Bach가 이 곡을 쓴 건 연주가 아닌 연구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가 사망한 후 아내 안나 막달레나가 출판업자에게 헐값에 악보를 넘겼고, 출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상에 나오게 된 걸 보면 연구 목적이라는 추측도 일리가 있습니다. 오늘날 이 작품은 피아노, 오르간, 현악 4중주,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연주됩니다. 순서와 해석도 저마다 다릅니다. 피아니스트 Daniil Trifonov의 2021년 앨범 'BACH: The Art of Life'의 경우처럼 미완성 부분을 새로 작곡해 연주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아우르는 주제인 1번의 첫 네 마디는 마지막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됩니다. 예를 들어 2번에서는 프랑스식 부점을 곁들이고, 3번은 거꾸로 뒤집은 주제를 사용하죠. 이러한 변주들은 Bach가 말년까지 탐구하던 모든 형태의 대위법적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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