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1번 라단조
거대한 파도가 밀려옵니다. 자칫하다간 휩쓸릴 것만 같습니다. 바로 Brahms의 'Piano Concerto No. 1(피아노 협주곡 1번)'의 도입부에서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Brahms는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습니다. 20대에 쓴 '협주곡 1번'은 청년기의 산물, 40대에 이르러 작곡한 '협주곡 2번'은 전성기의 상징이라 표현되곤 합니다. 1853년 Schumann과 처음 만난 이후 Brahms는 그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정신 질환을 앓았던 Schumann이 라인강으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시도를 한 것입니다. 이 시기에 Brahms가 쓰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1번'입니다. 정신적 충격 때문이었는지, 그는 이 곡을 1858년에야 완성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비춰볼 때, 작품에는 청년 Brahms의 고민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Brahms 특유의 진지함은 물론 슬픔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이 작품에 들어있습니다. Brahms는 본래 이 곡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작곡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대의 피아노로는 담고 싶은 것을 모두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교향곡으로 장르의 방향을 바꾸었죠. 하지만 결국 피아노 협주곡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마치 교향곡 같은 분위기를 띠고,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비중이 모두 큽니다. 50여 분 동안 연주되는 거대한 규모의 협주곡은 심오함의 끝을 보여줍니다. 심각한 질문을 던지곤, 다시금 확신이 넘치는 답변을 들려주곤 하죠. Brahms 특유의 진중함과 온화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