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4번 내림나장조
Op. 60
베토벤의 'Symphony No. 4(교향곡 4번)'에서는 작곡가의 혁신적인 면모가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하이든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전적인 뉘앙스가 가득합니다. 낭만파 느낌의 '교향곡 3번'을 쓴 다음 베토벤이 다시 고전파로 돌아간 것은 의외의 행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과거 스타일로 회귀한 것은 아닙니다. '교향곡 4번'은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베토벤의 음악성을 발견할 수 있는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느린 템포의 1악장은 음울한 단조로 펼쳐집니다. 갑작스러운 전조가 계속되며 베토벤의 위트가 드러나죠. 2악장 아다지오는 제1바이올린을 중심으로 숭고한 분위기가 깔립니다. 3악장은 스케르초 형식을 따르지만, 전형적인 스케르초와 달리 점차 규모를 확장하며 자유롭게 전개됩니다. 활기찬 4악장에 이르면 현악과 목관 주자들의 뛰어난 기교가 뒤따릅니다. 이 곡은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Symphony No. 3(교향곡 3번)'와 'Symphony No. 5(교향곡 5번)'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그런데 앞뒤에 작곡한 두 곡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어둡고 웅장한 '3번', '5번'과는 대조적으로 발랄한 기운이 충만한 교향곡이죠. 곡의 길이도 약 35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다른 교향곡의 중량감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지만, 베토벤의 음악성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