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그린
WWV75
남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위험에 처한 여인 엘자. 그때 백조를 탄 기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줍니다. 엘자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입니다. 기사는 한 가지를 당부합니다. 절대 자신의 이름을 묻지 말 것. 그러나 나약한 인간은 의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그 기사의 이름은 바로 로엔그린. Richard Wagner가 스스로 오페라라고 이름 붙인 마지막 작품 'Lohengrin(로엔그린)'의 주인공입니다. 중세 문학에 바탕을 둔 이 작품 이후, Wagner는 음악과 연극을 결합한 음악극을 만들었습니다. '로엔그린'은 Wagner가 기존 오페라 형식을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극 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입니다. 로엔그린과 엘자의 이중창 'Das süße Lied verhallt(달콤한 노래는 끝나가고)'는 Wagner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이탈리아 오페라식 이중창입니다. 또 화려한 화성의 아리아와 이중창, 합창곡에선 낭만파 오페라 경향이 묻어 나오죠. 한편, '로엔그린'엔 한국인에게 아주 익숙한 노래가 들어있습니다. 바로 '결혼 행진곡'으로 알려진 3막의 'Treulich geführt ziehet dahin(사랑과 축복이 기다리는 곳으로)'입니다. Wagner는 '로엔그린'에서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시도했습니다. 성배의 기사 로엔그린이 자신의 정체를 숨길 때 등장하는 '금지된 질문'의 음악 모티프는 오페라 전반에 등장하며 극적으로 중요한 순간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이 작품부터 Wagner는 오페라의 서곡을 전주곡이라고 칭하며, 이후 전개될 내용을 음악적으로 암시하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1막의 전주곡은 기사가 등장하기에 앞서 성배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현악기의 정적인 떨림으로 묘사하죠. 이처럼 '로엔그린'은 Wagner 음악의 전환점이 된 중요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