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파와 낭만파를 연결하며 비범한 능력을 드러냈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은 그를 19세기의 모차르트라 불렀습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곁에는 늘 영감을 주는 이가 있었는데, 역시 뛰어난 음악가였던 누나 파니 멘델스존(Fanny Mendelssohn)이었죠. 그러나 이 두 음악가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펠릭스가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은 반면, 파니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 가정의 아내로 조용히 살아야만 했습니다. 파니가 쓴 작품들은 동생 이름으로 출판되거나, 아예 공개되지도 못한 채 사라졌죠.
파니 멘델스존의 '부활절 소나타(Easter Sonata)' 역시 그의 사후 오랫동안 잊혔다가 1970년대 초에야 재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발견 당시 펠릭스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진 탓에, 2010년대가 되어서야 작곡가 이름이 정정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사타 카네 메이슨(Isata Kanneh-Mason)은 파니 멘델스존과 '부활절 소나타'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드러내 왔습니다. 영화 '파니 - 다른 멘델스존의 이야기'에 출연해 이 작품을 연주했고, 그의 이번 앨범 'Mendelssohn'에도 담았습니다.
카네 메이슨이 Apple Music Classical에 말합니다. "파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늘 음악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서 저는 악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제 음악적 본능도 사용합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파니에 대한 기록들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파니가 쓴 편지와 그의 삶을 다룬 책을 읽으며 그에게 빠져들려고 노력했죠. 제 생각에 파니는 매우 결연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을 만들고 작곡할 방법을 찾으며 이를 잘 극복했어요." 그의 학구적인 해석은 '부활절 소나타' 연주에 풍성함을 더합니다. 특히 섬세한 뉘앙스 표현과 노래하듯 아름다운 매력이 두드러지죠.
이번 음반에서 그는 파니와 펠릭스의 작품을 함께 다룹니다. 세계 최초로 원전 악보대로 녹음한 '부활절 소나타'를 비롯해, 파니의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노투르노(Notturno)'도 연주했습니다. 펠릭스의 작품 중에서는 재빠른 기교가 돋보이는 '피아노 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 1)',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가 편곡한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리스트(Liszt)가 편곡한 '노래의 날개 위에(On Wings of Song)' 등을 담았습니다.
카네 메이슨은 멘델스존 남매처럼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주로 첼리스트 동생인 세쿠 카네 메이슨(Sheku Kanneh-Mason)과 협연하는데, 덕분에 파니와 펠릭스가 나누었을 남매간의 음악적 유대감을 더욱 잘 이해합니다. 멘델스존 가족과 카네 메이슨 가족의 비슷한 점을 묻자, 그는 "아니요, 저는 그들이 훨씬 더 귀족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실제로 멘델스존 남매는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는데, 아버지는 은행가였고, 친할아버지는 철학자이자 유대인 계몽주의의 선구자였습니다. 외할머니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제자와 함께 피아노를 공부했죠.
그는 펠릭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이러한 품격 있는 면모를 잘 살립니다. 부드러운 감성으로 풍부한 음색을 빚어내는데, 기교는 숨이 멎을 듯 눈부시죠. 황홀한 안단테에서 짜릿한 피날레로 분위기가 전환될 때도 노련함을 보여줍니다. "정말 신나요.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연주를 시작할 때마다 심호흡을 해야 합니다. 일단 곡이 시작되면 따라잡을 시간이 없거든요!" 우아한 피아노 터치 속에서 멘델스존 남매의 작품을 향한 카네 메이슨의 애정을 듬뿍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