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Piano Concertos & Solo Piano, Opp. 116–119

"크리스티안 틸레만(Christian Thielemann)과 저는 음악적으로 아주 잘 맞아요." 이고르 레비트(Igor Levit)가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피아노 협주곡과 독주곡을 담은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지휘를 맡은 틸레만과의 완벽한 조화가 돋보이는 음반이죠. 레비트가 Apple Music Classical에 이야기합니다. "저희는 서로를 맹목적으로 신뢰해요. 많은 설명 없이 일단 연주를 먼저 해봅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거듭 놀라요. 서로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는지, 곡에 대해 얼마나 비슷하게 생각하고, 환상을 품고, 상상하는지 깨닫게 되죠." 음악가가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 동료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완벽한 짝을 찾기 위해 평생 노력하기도 하죠. 그러다 다행히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레비트와 틸레만은 서로를 알아보고 그 기회를 붙잡았습니다. "느낌 좋은 일이 있고, 그걸 정말 하고 싶으며, 또 해야 할 훌륭한 목적까지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친다면 바보 같은 일이겠죠. Eminem의 명곡 'Lose Yourself'처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 기회를 그냥 흘려버려야 할까요? 아니죠. 꽉 붙잡아야 합니다." 이들이 녹음한 '피아노 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 1)'은 청년 브람스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1854년에 구상을 시작해 여러 번 악보를 수정하다가 마침내 1859년에 초연되었죠. 거의 50분에 달하는 장엄한 곡으로, 교향악적 규모가 상당하고 피아니스트가 치밀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연주하기 까다롭습니다. 22분 동안 이어지는 1악장은 곳곳에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강경하게 대치하며 대결하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들의 연주는 그 팽팽한 긴장감을 능숙하게 조절합니다. 틸레만의 지휘는 빈 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의 감동적인 음색을 끌어내면서도 레비트의 연주를 압도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이 곡이 가진 어둠, 길이, 강렬함, 음악적 언어, 곡 전체의 조성까지, 연주하려면 완전히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레비트는 브람스의 작품 중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 중 하나인 2악장 아다지오를 화사한 느낌으로 들려줍니다. 그리고 진지한 분위기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빈 필하모닉과 함께 경쾌함과 섬세함을 넘나들죠.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절묘한 균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3악장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은 다소 역설적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나오고 20년이 흐른 후에야 작곡됐는데, 훨씬 더 길고 기술적으로도 어렵죠. 그러나 음악은 따뜻합니다. 알프스 협곡 너머에서 들리는 외로운 호른 소리에 피아노가 응답하는 듯한 부드러운 첫 마디가 듣는 이를 무장 해제시킵니다. 격정적인 2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죠. 반면 3악장은 첼로 독주 파트가 한 줄기 햇살처럼 서정적인 소리를 들려줍니다. 4악장은 기교가 돋보이면서도 멘델스존풍의 순수한 우아함이 가득합니다. 레비트는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부분과 험난한 구간이 많아요. 배온음표와 옥타브도 자주 나오고, 정말 힘든 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아, 처음부터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커다란 보람을 안겨주는 곡이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는 두 협주곡 외에도 브람스 피아노 독주곡을 앨범에 수록했습니다. 대부분 짧지만, 작곡가의 사색적이고 사적인 면을 보여주는 곡들입니다. 간주곡, 특히 '3개의 인터메초, Op. 117, 3번(3 Intermezzi, Op. 117, No. 3)'과 '6개의 소곡, Op. 118, 2번(6 Piano Pieces, Op. 118, No. 2)'은 황홀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레비트는 말합니다. "오랫동안 이 작품들을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인내와 호흡 같은, 이 곡들을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이제 됐어, 해보자'라고 생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