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Brahms)의 음악을 들으며 모차르트(Mozart)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Edward Gardner)와 베르겐 필하모니 관현악단(Bergen Philharmonic Orchestra)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이 우아한 해석에서는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힌 프레이징에서든, 풍부하게 울려 퍼지는 목관 앙상블에서든 그 인상이 분명히 드러나죠.
브람스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밝은 성격을 지닌 '교향곡 2번 라장조(Symphony No. 2 in D Major)'에서 가드너는 음악의 흐름을 끊임없이 유지합니다. 그 덕분에 느린 2악장인 '아다지오 논 트로포(Adagio non troppo)'에서도 브람스 특유의 긴 음악적 프레이즈의 윤곽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그 프레이즈가 예상과 다르게 끝나는 순간들 또한 또렷하게 감지됩니다. 반면 스케르초 형식의 3악장은 빠른 움직임 속에서 발레와도 같은 경쾌함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모차르트를 흠모했던 차이콥스키의 세계와도 맞닿아 있죠. 이와 대조적으로, 피날레에서 전체 오케스트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순간에는 진정한 승리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가장 화려하고 궁정의 기품이 깃든 모차르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교향곡 4번(Symphony No. 4)'에서 가드너는 브람스가 바흐(Bach)에게 보인 절제된 장엄함에 대한 경의를 존중하며, 낭만주의적 감성이 바로크적 제약에 억지로 맞서고 있다는 느낌 없이 작품의 형식적, 구조적 논리를 전면에 부각하는 연주를 선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는 작품 속 진정으로 불안감을 자아내는 순간에도 충분히 설득력을 부여하죠. 예를 들어 1악장 중 도입부 주제가 매우 느리게 다시 등장하는 대목에서, 가드너와 연주자들은 그 지점의 브람스 목관 악기 배치가 지닌 도마뱀처럼 냉랭한 음색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