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K15
1913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Le Sacre du Printemps(봄의 제전)' 초연이 열린 파리 샹젤리제 극장엔 관객들의 거친 고성과 찬반양론이 난무했습니다.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만든 야성적이고 전위적인 안무는 당시 발레의 통념과 전통을 뒤엎었습니다. 또 불협화음과 엇박이 성난 파도처럼 쏟아지는 음악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했죠. 그 자리에 있었던 카미유 생상스는 이상야릇한 바순 멜로디에 화를 벌컥 내며 공연장을 뛰쳐나갈 정도였습니다. '봄의 제전'의 아이디어가 된 것은 산 제물을 바치는 원시 이교도의 의식이었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공상 속에서 본 이 장면을 화가 니콜라스 뢰리히에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창작을 시작했죠. 이후 발레 뤼스의 단장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제작을 맡아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앞서 'L'Oiseau de Feu(불새)' (1910), 'Petrushka(페트루슈카)' (1911)에서 인상주의와 이국적 음악을 결합했던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에서 신민족주의 및 원시주의적 음악을 집대성합니다. 5박자, 7박자, 11박자 등의 복잡한 리듬과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연주는 이전의 클래식 음악 문법을 깨부수는 것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전통에 커다란 파란을 불러일으킨 '봄의 제전'은 100년이 넘게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혁신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