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바트 마테르 바단조
바로크 작곡가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는 26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폐결핵과 싸우던 그는 생의 끝자락에 한 작품을 완성했는데, 바로 'Stabat Mater(스타바트 마테르)'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그린 성악 작품이죠. 중세 라틴어 시에 멜로디를 붙였으며, '스타바트 마테르'라는 제목은 시의 첫 구절 'Stabat mater dolorósa'에서 왔습니다. '슬픈 성모가 서 계셨다'는 뜻이죠. 여러 작곡가가 이 시를 바탕으로 곡을 썼는데, 그중 페르골레시의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소프라노, 알토 독창과 함께 현악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이 연주하며, 12개의 노래로 구성됩니다. 다단조 조성에 반음계로 미묘한 화음을 이루는 선율이 인상적이죠. 도입부에는 차례로 상승하는 4분음표 모티브가 나오는데, 경건하면서도 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Vidit suum dulcem natum(사랑하는 아들을 보았네)', 'Eia mater fons amoris(사랑의 원천이신 어머니)'와 같은 아리아, 그리고 2중창 'Quis est homo(울지 않을 자 누구인가)'에서 성모 마리아의 슬픔과 연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에는 생전 희극 오페라로 명성을 얻었던 페르골레시의 작법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춤곡 리듬과 당김음, 슬픈 가사를 감싼 아이러니한 장식음 때문에 당시엔 종교 작품치고는 가볍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는 달리 대중적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1749년 런던에서 처음 악보로 출판된 후, 수많은 필사본이 생겨나며 널리 퍼져나갔죠. 바흐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페르골레시의 악보를 가져다 쓰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밀로스 포만 감독의 '아마데우스', 조지 루카스 감독의 'THX-1138' 등의 영화에 삽입됐고, 팝 음악으로 재해석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