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4중주 3번 내림나장조
Op. 67
요하네스 브람스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자기 작품을 평가했습니다. 현악 4중주에서는 더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죠. 그가 세상에 내놓은 현악 4중주는 단 세 작품뿐입니다. 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깨버리듯, 브람스는 자신만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작품은 절대 출판하지 않았습니다. 학계에서는 브람스가 적어도 열 곡 이상의 현악 4중주를 없애버렸다고 봅니다. 1875년에 작곡한 'String Quartet No. 3(현악 4중주 3번)'는 브람스의 마지막 현악 4중주입니다. 브람스의 엄격한 내적 기준을 통과해 우리에게 전해진 귀한 작품이죠. 이 곡에서는 늘 진지했던 그의 유머러스한 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1악장은 사냥용 뿔 소리를 모방하는 셋잇단음표로 시작합니다. 유연하게 리듬을 바꾸면서 흥미를 느끼게 하는 악장입니다. 단순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2악장에서는 브람스의 내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3악장은 비올라가 주도합니다. 약음기를 끼워 소리를 여리게 한 바이올린과 첼로 위로 비올라 연주가 선명하게 도드라집니다. 이 악장을 두고 브람스는 "내가 쓴 곡 중 가장 부드럽고 정열적"이라고 평했습니다. 마지막 4악장 도입부에서도 비올라가 존재감을 과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