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5번 내림마장조
베토벤(Beethoven)은 총 다섯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습니다. 그중 마지막에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5번(Piano Concerto No. 5)'은 그의 창작력이 원숙기에 접어들었던 1809년에 작곡되었습니다. 오랜 후원자인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죠. 곡을 쓸 당시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고 있었는데,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전쟁에 휩쓸리게 됩니다. 빈을 뒤덮은 폭격 소리 때문에 안타깝게도 베토벤의 난청은 점점 심해졌죠. 쏟아지는 포성 속에서 쓴 이 작품은 위대한 작곡가의 천재성이 느껴지는 걸작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황제(Emperor)'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하지만, 사실 이 별칭은 베토벤이 지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웅장함이 느껴지는 1악장과 3악장을 들어보면 이 곡에 '황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잘 알 수 있죠. 이 작품은 '교향곡 3번 '영웅'(Symphony No. 3 'Eroica')'과 같이 위풍당당하고 대담한 내림마장조를 사용합니다. 1악장에서는 독주 피아노의 힘찬 도입부가 짜릿함을 안겨주며, 곡 전반에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연주가 길게 이어집니다. 이에 반해 느린 2악장에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며, 악장 종결부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독주는 멈춤 없이 다음 악장으로 바로 연결되죠. 론도 소나타 형식을 갖춘 3악장에서는 1악장의 주제 선율이 반복되는데, 2악장에서 바뀌었던 조성이 다시 처음의 조성인 내림마장조로 되돌아오며 피아노의 기교가 부각됩니다. 찬란한 색채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오늘날 많은 연주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