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피숑(Raphaël Pichon)은 독특한 해석으로 고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휘자입니다. 그는 당대의 연주 관습과 작곡가의 의도를 철저히 탐구하면서도, 자신만의 접근을 더해 새로운 감동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창단한 앙상블 피그말리온(Pygmalion)과 함께, 바흐(Bach)의 '미사 나단조(Mass in B Minor)'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피그말리온 멤버들과 피숑은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며 유연한 앙상블을 완성합니다.
피숑은 종교적이기보다는 인간적으로 바흐에 접근합니다. 극적인 사운드로 악보에 숨겨진 절망과 희망의 감정을 끌어올리죠. 인류 전체가 절규하는 듯한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해, 어둠 끝에서 한 줄기 희망이 피어나는 서사를 쌓아갑니다.
고음악에서는 대편성 연주가 잘 쓰이지 않지만, 피숑은 후기 낭만파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 편성으로 웅장함을 구현했습니다. 녹음을 진행한 노트르담뒤리방 대성당의 풍부한 음향은 팀파니와 합창의 울림을 더욱 살려주죠. 압도적 사운드로 탄생한 '미사 나단조'를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