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다채로운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담은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스페인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 두에냐스(María Dueñas)가 Apple Music Classical에 전합니다. 그가 주목한 이 시기는, 바이올린 음악이 풍성하게 꽃을 피웠던 후기 낭만파 시대입니다. 음악을 통해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연주 기법의 발전으로 화려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죠. 두에냐스가 직접 구성한 이 플레이리스트에는 낭만파 음악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바이올린 명곡들이 수록됐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널리 알려진 명작과 숨겨진 보석 같은 곡들을 함께 꼽았어요."
두에냐스는 낭만파 레퍼토리에서 품격 있는 해석을 들려주는 연주자입니다. 매우 정교한 기교를 선보이지만, 이를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다 따뜻한 음색으로 감정을 살리는 데 집중하죠. 이런 그의 연주 스타일이 돋보이는 레코딩도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습니다. 바로 그의 'Paganini: 24 Caprices — Caprices by Berlioz, Cervelló, Kreisler, Ortiz, Saint-Saëns, Sarasate, Wieniawski' (2025)에 수록된 곡들입니다.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의 '꿈과 카프리스(Rêverie et Caprice)', 그리고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Introduction et Rondo Capriccioso)'는 낭만파 특유의 기교와 깊은 감성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제게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특히 생상스 음악이 자신에게 "매우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합니다. 19세기 후반, 두에냐스의 고국을 빛낸 비르투오소 연주자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에게 헌정된 음악이죠. "스페인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사라사테를 위해 쓴 곡이기에 선곡했습니다."
두에냐스가 특히 추천하는 곡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작곡가 요한 할보르센(Johan Halvorsen)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Op. 28'입니다. "2015년, 토론토 대학교 음악대학 도서관에 있는 캐슬린 팔로(Kathleen Parlow) 아카이브에서 재발견된 걸작입니다. 1909년 팔로가 초연한 이후 100년 넘게 잊혔지만, 다시 세상에 나오며 할보르센의 작품 세계와 팔로의 음악적 유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어요. 이 곡은 영화 '메져스 포 어 퓨너럴'에도 나옵니다. 저는 1, 2악장을 야닉 네제-세겡(Yannick Nézet-Séguin)이 지휘하는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Orchestre Métropolitain)와 연주했어요.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작업입니다."
그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음악의 미학이 잘 드러나는 작품에도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합니다. "에르네스트 쇼송(Ernest Chausson)의 '바이올린, 피아노, 현악 4중주를 위한 협주곡(Concert for Violin, Piano, and String Quartet)'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실내악을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에요." 협주곡의 웅장함과 실내악의 섬세함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프랑스 음악 특유의 자유로운 흐름이 돋보입니다. 눈부신 기교, 고조된 감정, 형식의 확장까지 어우러진 후기 낭만파 음악의 진면목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