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빈 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과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의 사운드는 대조적으로 느껴집니다. 빈 필하모닉의 음색은 섬세하고 따뜻한 반면, 아르헤리치의 연주는 폭발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들이 함께한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피아노 협주곡 사장조(Piano Concerto in G Major)'에서는 이 상반된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빈 필하모닉의 온화한 울림은 아르헤리치의 불꽃 같은 타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죠. 특히 널리 사랑받는 2악장에서 피아니스트의 해석을 유연하게 따라가는 목관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교향곡 7번(Symphony No. 7)'에서는 빈 필하모닉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hta)는 오케스트라 특유의 부드러운 소리를 한껏 끌어올리며, 곡에 담긴 종교적 색채를 진중하게 펼쳐 보입니다.
브루크너는 존경하던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죽음을 예견하며 2악장을 작곡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듯, 음울하고도 우아한 분위기 속에 현악기의 묵직한 저음이 감동적으로 울려 퍼집니다. 음악은 점진적으로 고조되다가, 마지막 4악장에서 웅장한 금관의 음향과 함께 절정을 이룹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빛나는 연주와 빈 필하모닉의 깊이 있는 사운드가 만나,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브루크너 음악의 미학을 온전히 그려낸 앨범입니다.